내 마음대로 리뷰/시계

[해밀턴 카키필드 메카니컬 38mm] 베트남 전쟁에서 미 육군이 착용했던 필드워치!

DinGeek 2020. 5. 27. 00:15

※본 게시글은 스와치 그룹으로 부터 그 어떤 지원도 받지 않았습니다. 개인적 팬심에 의해 작성된 리뷰입니다.

MIL-W-46374

1964년, 미 국방성에서 육군 지상복무병, 보병에게 지급할 군용시계에 대한 군요구성능(ROC) 기준을 제시했다. 해밀턴, 타이맥스 등 미국 워치 브랜드들은 요구성능 기준에 맞춘 시계를 제작해 미 육군에 납품 했다. 이는 1975년 발발한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된 시계로 유명하다.

 

미 국방성이 제시한 'MIL-W-46374'의 성능요구는 생각보다 느슨했다.

정확한 기계식 수동(셀프 와인딩) 무브먼트 or 쿼츠(Quartz) 무브먼트를 탑재할 것.
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케이스(외형)를 가질 것.

 

군에서 요구한 성능이라고 보기엔 납품 자유도가 굉장히 높다.

이에 따라 해밀턴을 제외 한 '타이맥스(TIMEX)', '벤러스(Benrus)' 시계 제조社는 시계 케이스를 플라스틱으로 제작했고, 시계의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 케이스백(뚜껑)을 만들지 않았다. 이 때문에 내부에 탑재 된 무브먼트에도 접근하지 못해 고장 나더라도 수리하지 못하게 되었다. 말 그대로 수리해서 쓸 수 없는 '일회용 시계'인 것이다.


타이맥스(TIMEX)社의 일회용 'MIL-W-46374B'는 플라스틱으로 케이스를 제작했다. 케이스백은 머지(Merge) 되어 있어, 케이스백을 열어 무브먼트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.



 

하지만 해밀턴이 납품했던 'MIL-W-46374'는 달랐다. 샌드 블라스트(고운 입자 모래를 분사해 표면을 처리하는 방식) 처리가 된 무광 스테인리스 케이스에 스크류식 케이스백을 만들어두어 무브먼트 접근에 용이하여 고장나면 수리가 가능했다.


해밀턴의 'MIL-W-46374', 금속으로 만들어진 케이스와 개방 가능한 스크류식 케이스백 덕에 무브먼트에 접근이 가능하다. 사진 출처: http://bitly.kr/3s8A2UQXEW!



 



그 덕분인지 현재까지도 당시 사용하던 해밀턴의 'Mil-W-46374'의 중고거래가 활발하다.




 
 

"밤에는 시간을 전혀 볼 수 없어!"

베트남 전쟁을 겪은 이후 1976년, 야광도료의 부재로 어두운 상황에 시간을 확인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던 미군은 야간작전을 위한 야광 기능을 필요로 했다. 미 국방성은 야광 성능을 요하는 'MIL-W-46374B'를 재정했다.

새로운 군 요구조건에 맞추기 위해 워치메이커들은 트리튬(삼중수소)를 사용해 야광 기능을 구현했다. 군대에서 K-2소총을 야간에 다루어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. 베타선을 내뿜는 방사성 물질이다.


해밀턴 'MIL-W-46374B'의 모습 사진 출처: https://watchcharts.com/listing/376345




다이얼 중앙에 H3(트리튬/삼중수소)와 방사능 경고 그림이 그려있는 것도 요구조건 중 하나였다.

 



해밀턴 카키필드 38mm 모델에 적용된 야광


복각된 카키필드 메카니컬 모델에는 방사성 물질 트리튬이 아닌 슈퍼 루미노바를 사용해 야광을 재현했다. 빛 바랜 트리튬색 야광도료를 적용하여 고증을 살리려는 노력이 느껴진다.

야광 성능은 꽤 정교하고 밝긴 하나, 지속력이 얼마 되지 않는다. 시계가 빛을 보지 못한지 시간이 꽤 지난 한 밤중에는 야광도료가 빛을 잃어 시간을 분간하기 어렵다.



 

 
 
 

MIL-W-46374B를 복각한 해밀턴 카키필드 메카니컬 38mm

 

나토 스트랩(직물 시곗줄)이 적용된 카키필드 메카니컬




해밀턴 카키필드 메카니컬은 'MIL-W-46374'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을 보여준다.
다이얼은 검은 바탕 위에 흰색 인덱스와 핸즈를 사용해 가독성이 매우 좋다. 그리고 군에서 사용하는 24시간제를 위해 1~12 인덱스 안쪽에 13~24인덱스를 그려두어 오후에 시간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.

당시 'MIL-W-46374'는 다이얼 사이즈가 33mm로 제작된 반면 복각한 모델은 38mm로 사이즈를 많이 키웠다. 다이얼 사이즈가 40mm가 넘는 방패같은 남성시계들이 많은 요즘, 38mm정도면 여전히 작다고 생각 할 수 있다. 하지만 러그 투 러그가 47mm에 달하는 기다란 디자인 때문에 작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.






때문에 손목 둘레가 17cm 밖에 되지 않는 필자에게는 러그의 끝 부분이 손목에 꽉 차는 것을 볼 수 있다.



카키필드 메카니컬 38mm의 케이스 백 각종 각인들이 음각으로 인그레이빙 되어있다.




복각된 해밀턴의 'MIL-W-46374B'는 50년 전 군에서 요구한 성능만 갖춘 구닥다리 시계를 출시 하지 않았다.
스크류식 솔리드 케이스백 속 해밀턴의 해밀턴 칼리버 H-50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(ETA 2801-2 수정)를 탑재했다.
H-50 무브먼트는 80시간 파워 리저브를 가졌다. 풀와인딩을 해두고 3일이 지나도 시계가 잘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로터가 있는 오토매틱이 왜 필요한가 싶다.

케이스 백에 적혀 있는 것처럼 50m급(5bar / 72.5psi) 방수 성능을 가졌다. 육군답게 물은 근처에도 안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.

 






샌드 블라스트 처리 된 스테인리스 케이스는 햇빛을 받아도 반사가 심하지 않다.
적에게 시계가 반짝거려 발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케이스를 무광으로 제작했다. 때문에 가벼운 옷차림에 아무렇게나 막 차도 어울리는 시계인 것 같다.



네 가지 색상 카키필드 메카니컬




역사적 의미를 가진 실버케이스/블랙다이얼 모델을 포함해 다양한 소비자 니즈 충족을 위해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 되었다.


필드워치 | 과시보다는 실용!

카키필드 메카니컬은 그 배경처럼 전장에서 가볍고 용이하게, 가독성과 실용성에 집중한 '필드워치'다.
가독성이 뛰어나 시계의 본질인 시간읽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. 초침이 다이얼 끝까지 뻗어 움직이는 모습은 아릅답기까지 하다.
전장(戰場)이 아닌 일상 속을 살아가는 필자에게 이 시계는 헤리티지, 레트로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부담이 없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.